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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 1 전쟁이 시작된 날

번역가 최소영 2021. 2. 9. 23:13

캠핑을 간 사이, 정체불명의 군대에 침략당한 마을 ... 생존을 위해 소중한 고향을 지키기 위해 그들만의 전쟁을 수행하는 아이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소설 전쟁이 시작된 날 1권 | 존 마스든 지음 | 최소영 번역 | 솔 출판사

 

책 소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십대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호주의 국민작가 존 마스든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베스트셀러 「Tomorrow」 시리즈. 7권으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가상의 전쟁을 배경으로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캠핑을 간 사이 정체불명의 군대에 침략당한 마을. 어른들이 주도하던 문명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지키기 위해 그들만의 전쟁을 수행해나가는 아이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스스로 움직여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소년소녀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1권 『전쟁이 시작된 날』에서는 하루아침에 가족과 국가를 빼앗긴 8명의 아이들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영화 <워 오브 투모로우> 3부작의 원작소설인 이 소설은 미국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지난 50년 이래 최고의 청소년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17세 소녀 엘리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며,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아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속에서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에 빠져들기도 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자연과 문명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십대들의 모습이 전쟁과 인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소개

 

저자 존 마스든 John marsden

 

1950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냈다. 법학과 미술을 전공했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업을 중단한 후 도살장, 영안실, 택배회사와 피자가게, 치킨집 등 서른두 군데의 직장을 전전하다 결국 스물여덟에 교사라는 직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했다. 글쓰기를 가르치다 독서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위해 몸소 짧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첫 소설 『할말이 많아요』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호주청소년도서협회 그해의 베스트 북에 선정되며 일약 그를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렸다.

 

그를 명실상부한 호주 최고의 작가로 만든 작품은 『전쟁이 시작된 날』을 시작으로 한 총 7권의 Tomorrow 시리즈이다. 캠핑을 간 사이 정체불명의 군대에 침략 당해버린 마을을 배경으로, 어른들이 주도하던 문명사회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스스로 움직여 정보를 얻고 나름의 전쟁을 수행해나가는 십대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호주 전체를 ‘뒤집어놓았다’. 1996년에는 그의 소설 여섯 권이 나란히 호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모든 문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6년, Tomorrow 시리즈는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한 그해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고, 다시 2000년에는 지난 50년 이래 최고의 청소년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할말이 많아요』, 『할말이 많아요 2』, 『겨울 소녀 윈터』 등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작품을 썼고, 현재 자신의 사유지에 세운 대안학교 캔들바크Candlebark에서 자유로운 교육을 펼치고 있다.

 

역자 최소영

 

성균관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한 후, 코리아헤렐드 번역센터, 잉글리시고 등에서 번역가로 일했다. 현재는 도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도둑』 시리즈, 『아르테미스 파울』 시리즈 등 아동ㆍ청소년 소설과 『체인지』, 『국가의 부와 빈곤』, 『긍정의 발견』, 『A리스트 프로젝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ACTION!』 외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학교 캠프 때의 야간잠행 놀이처럼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이제 어둠 속에서 나가는 것은 내가 전에는 결코 보여줄 일이 없었던, 전혀 알지도 못했던 종류의 용기를 보여주는 일이 될 터였다. 내 몸과 마음을 탐색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나의 새로운 부분을 찾아야만 했다.

 

내 안에 그런 용기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용기가. 만약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 용기를 십분 발휘하여 어쩌면 내 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두려움을 녹여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내가 이 위험하고도 소름끼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전쟁이 시작된 날』, 109~110쪽

 

나는 더 이상 다수결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이젠 아까와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나는 삽을 위로 기울인 다음 변속 레버를 잡았다. 트럭은 거친 소리를 내며 마지못해 다시 후진을 했다. “클러치를 놓치면 안 돼.” 나는 스스로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트럭한테도 간청했다. “제발 시동을 꺼뜨리지 말아줘.” 차가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거 써.” 내 어처구니없는 명령에 로빈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안전모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총탄 세례가 쏟아졌다. 마치 대형 해머로 두드리는 것처럼 총알들이 트럭의 강철판에 박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중 일부는 멋모르고 달려든 눈먼 모기처럼 다시 어둠 속으로 튕겨져 나갔다. 나는 부디 그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봉변을 당하지 않기를 빌었다. 앞유리가 폭포수처럼 바스러져 내렸다. “후진할 땐 필요 이상으로 단 1인치도 더 가서는 안 된단다.” 아빠, 모르실까 봐 말씀드리는데요, 요즘은 미터법을 쓴답니다. 인치법은 증기선이 다니고 흑백텔레비전이 나오던 시절에나 쓰던 거예요. 어쨌거나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아니 어디든 가기 위해서,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는 법.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린 빨라도 너무 빠르게 뒤로 가고 있었다. 나는 후진으로 코너를 돌 마음을 먹었다. 차를 멈추고 기어를 바꿔가며 차의 방향을 바로잡아서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리가 어디든 꽉 붙잡고 있길 바라며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 형편없는 운전 실력은 최소한 상대편에게도 애를 먹였을 것이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타깃이었을 테니까. 무언가에 걸려 휘청한 다음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확 숙였다. 뭔가 또 다른 것이 트럭 위로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무였다. 나는 핸들을 아까보다 더 과격하게 돌렸다. 왼쪽 바퀴들이 땅에서 붕 떴다. 로빈이 평정심을 잃고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미안해.” 하고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라니!

『전쟁이 시작된 날』, 186~187쪽

 

그들의 얼굴이 처음으로 보이는 순간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이 붙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탈 없던 손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죽겠어. 그것도 단지 성냥불을 못 켜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시도했지만 손이 너무 떨렸다. 군인들이 기계를 지나쳐버릴 것만 같았다. 케빈이 내 손목을 붙잡아 주었다. “얼른 다시 해봐.” 촉각을 곤두세운 군인들의 얼굴이 다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홱 돌려진 것으로 보아, 아마 케빈의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세 번째로 성냥을 그었다. 이젠 점화를 할 유황도 충분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고, 나는 얼른 성냥을 바닥에 내던졌다. 어찌나 세게 던졌던지 불이 꺼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불은 거의 꺼질 뻔했다. 불꽃이 작은 점으로 사그라지는 그 짧은 순간 나는 생각했다. ‘우린 죽었어. 전부 다 내 잘못이야.’ 그 순간, 쉭 하는 소리와 함께 휘발유에 불이 붙었다.

『전쟁이 시작된 날』, 120~121쪽

 

출판사 서평

 

Tomorrow,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존 마스든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모험과 청춘을 위한 성장 판타지

 

조국이 타국에 침략 당했다는 설정 아래,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자신들의 고향을 지켜내기 위해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호주의 국민작가 존 마스든의 일곱 권짜리 장편소설로, 이번에 출간된 책은 그 중 1, 2권인 『전쟁이 시작된 날』과 『악몽의 밤』이다. 인구 2천만 남짓한 호주에서 250만 권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이며, 그 인기에 힘입어 3부작짜리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는 10년 가까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미국도서관협회에 의해 ‘지난 50년 이래 최고의 청소년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주의 몇몇 학교에서는 문학 수업에서 교과서로 사용하기도 한다.

 

“모든 정보가 차단된 채, 갑자기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 십대들은 과연 어떻게 변화해갈까?”

 

저자인 존 마스든은 이런 의문을 떠올리며 이 시리즈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상의 전쟁, 십대들의 게릴라전이라는 장르문학다운 요소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 소설이 주로 치중하는 부분은 십대 중후반 소년소녀의 심리묘사이다. 현실을 알려줄 수단도, 할 일을 지시해줄 어른들도 모두 사라진 상황 속에서 책 속의 소년소녀들은 스스로 움직여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해나가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그 나이 또래에 어울리는 좌충우돌을 통해 이루어나간다.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전쟁의 상처를 쌓아둔 채,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십대의 목소리로 십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존 마스든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우리 마을이 침략 당했다!

 

휴일을 맞아 마을 근처 마틴 산에 있는 ‘헬’이라는 분지로 캠핑을 떠났던 엘리와 그의 친구들은 즐거운 캠핑 후 돌아온 마을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을 목격한다. 마을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고, 가축들은 먹이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급한 마음에 전화를 걸고,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켜봐도 작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불안한 마음에 탐색을 나선 친구들은 순찰을 하듯 돌아다니는 낯선 군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느새 이들의 탐색은 기척을 줄이고 수행해야 하는 정찰로 변해간다. 마을을 떠나 있던 동안 그들의 가족, 마을, 국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의 침략을 받은 것이다.

 

앞일을 토론하기 위해 모인 친구의 집은 폭격으로 산산 조각나고, 설상가상으로 흩어져 정찰을 나섰던 로빈과 리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들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인다. 항복을 하여 억류되어 있는 가족과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숲 속으로 숨는 도망자의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모두는 그들이 캠핑을 했던 ‘헬’로 모이고, 항복과 도망이 아닌 제3의 선택을 따르기로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더라도,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선택한 길. 그것은 문명과 떨어진 ‘헬’과 점령당한 마을을 오고가는 길고도 긴 게릴라 전투였다.

 

고민 없이 얻은 해답은 틀린 답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17세 소녀 엘리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화자인 엘리의 입을 빌려, 전쟁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고민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고민은 엘리와 친구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우리의 눈앞에 드러난다. 엘리가 ‘정치가들에게 모든 걸 맡겨놓지 말고’ ‘세상에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 무분별한 폭격을 하는 적기의 조종사를 보며 그가 ‘자신과 같이 숨 쉬고 화내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려 애쓸 때, 죽어가는 적병을 보며 끝내 그를 ‘죽일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을 때, 침략자에 대해 얘기하며 “머리로는 사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가슴으로는 아직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고백할 때, 우리는 이 소년소녀들과 함께 전쟁과 인간의 의미에 대한 성찰에 빠져들게 된다. 엘리와 친구들은 모든 일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 다만 행동하는 가운데 끝없이 질문을 던질 뿐이다. 사실 이들의 행동원칙은 오직 둘뿐인데, 그 하나는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이며 다른 하나는 “부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기를.”이다.

 

지금까지의 우리는 잊어라.

 

“학교에서 가장 구제불능인 학생이 되는 건 얼마나 이로운 일인가. (…) 호머는 정말 놀라운 것들을 알고 있었다. 우리들이 경제시간에 제품차별화나 가격차별화 따위를 공부하고 있을 때 호머와 그 친구들은 교실 뒤편에서 도시테러에 대해 훈련 중이었다.”

― 『악몽의 밤』, 40쪽

 

전쟁은 인간의 다양한 면을 새로이 보여주기도 한다. 2권의 시작에서 엘리가 친구들을 보며 그동안 이들을 “눈곱만큼도 몰랐던 거다.”라고 고백하듯,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변화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학교 제일의 말썽꾼으로 “책 나눠주는 일도 맡지 못할 만큼” 사고뭉치였던 호머는 말썽꾼 특유의 상상력으로 게릴라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다. 새침데기에 귀한 집 아가씨였던 피오나 역시 전쟁과 함께 “홀로 적진을 정찰”하고 “위라위 다리를 날려버리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음악에 재능이 있는 리는 신중하지만 솔직하고 활동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언제나 방관자 역할이던 케빈 역시 마지막에는 친구를 위해 용기를 짜낸다.

 

소년소녀들은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그런 만큼 이들이 벌이는 작전의 규모 역시 점점 더 커져간다. 그저 도주하기에만 바빴던 1권의 상황(비록 구출작전을 하기도 하고, 위라위 다리를 폭파시키기도 했지만)과는 달리 2권에서 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위라위 환수작전’에 나선다. 말썽꾼 시절의 장난을 응용한 양동작전, 비밀스런 잠입, 불꽃을 동반한 습격…. 한편, 엘리와 친구들은 헬 밖으로 나가는 새로운 퇴로를 찾아 나서다 전혀 뜻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친다. 그것은 가혹하리만치 이어지는 “악몽의 밤”의 시작이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소년소녀들은 여지없이 서로서로 사랑에 빠져든다. 엘리의 말에 따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들조차 그 길목에서는 서로 올라타려고 부대끼듯이” 인간은 “죽음 가운데서도 삶을 추구”하는 법이기에. 이 사랑은 전쟁이 만들어낸 아슬아슬한 사랑일까? 아니면 새로이 알게 된 상대방의 모습에 대한 신뢰의 결과일까? 시리즈를 더할수록 알게 되지만, 이들의 사랑이 순조로울 만큼 전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간다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오히려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고 가꾸는 것

 

이 책은 여러 겹의 경계선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십대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 자연과 문명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머뭇대고 갈등하고 투쟁한다. 하지만 엘리와 그 친구들이 경계선상에서 좌충우돌하며 던지는 갖가지 질문들은 결국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즉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일상에 치여 보통은 두루뭉술하게 묻히기 일쑤인 이 질문은 전쟁이라는, 인간성이 총체적 위기에 처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마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부각된다.

 

“스스로에게 묻게 돼. 우리는 앞으로 쭉 이렇게 사는 건가? 이렇게 여기에 앉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몇 주에 한 번씩 출동해서 병사들을 몇 명씩 더 죽이면서? 앞으로 50년 동안 이러고 살아야 한다면 관두자구. 나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우리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말이야.”

― 『악몽의 밤』, 113쪽

 

화자인 엘리는 그 질문에 나름 인상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에서 나아가 “‘그 자체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오히려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고 가꾸는 것.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는 야채뿐 아니라 삶아먹을 수도 튀겨먹을 수도 없는 장미를 심는 것.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어쩌면 자기회귀적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의 문제에서 한 발짝 나아가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는 한 우리는 인간적인 것은 아닌지. 엘리와 그 친구들은 이 질문을 다양한 버전으로 계속 되풀이한다. 엘리가 차라리 포로로 잡혀 있는 게 낫겠다고 푸념할 때, 호머가 기습작전에 멋대로 총을 가져간 것에 대해 변명할 때, 로빈이 위험을 목전에 두고도 조용히 총을 내려놓을 때, 이들의 행동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에 가깝다. 자유와 책임, 우연과 필연,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판국에, 아니, 생사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끝까지 내려놓지 못한다. 전쟁이 서글플지언정, 전쟁을 살아가는 십대들은 자신들의 인간다움을 결코 잃지 않는다.

 

십대의 이야기를 십대의 목소리로 써나가는 찬사와 논란의 작가

 

존 마스든은 가정폭력으로 실어증에 걸린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할말이 많아요』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발표한 그의 작품들은 어른들로 대변되는 권위와 폭력, 또래 집단 사이의 분쟁, 십대의 성과 사랑 같은 소재들을 십대의 시선과 목소리에 맞춰 가감 없이 들려주어 “오늘날 청소년의 모습을 가장 명확히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을 받으면서도 한편에서는 거침없는 화법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언제나 그의 편이었다.

 

오늘날 그는 호주에서 ‘문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사랑받는 작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작가로 얻은 명성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을 더욱 소중히 여긴다. 그의 소설들은 존 마스든 자신의 목소리라기보다는 그가 보고 듣고 함께한 십대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최고 인기작이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Tomorrow 시리즈는 이런 그의 작품 철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완성까지 10여 년이 걸린 그의 인생 최고의 걸작이다.

 

 

 

 

 

전쟁이 시작된 날

조국이 타국에 침략 당했다는 설정 아래,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자신들의 고향을 지켜내기 위해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호주의 국민작가 존 마스든의 일곱 권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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