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상인 집안 출신의 마르코 폴로가 17년 동안의 동방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펴낸 여행서 - 동방견문록의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다.
에세이/기행 |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 로빈 브라운 지음 | 최소영 번역 | 이른아침
책 소개
중세 서양을 경악시킨 마르코 폴로의 여행서 <동방견문록> 진실을 파헤치는 책. <동방견문록>은 베네치아 상인 집안 출신의 젊은이 마르코 폴로가 17년 동안의 동방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펴낸 여행서이다. 신이 허락한 땅의 경계 너머에 사는, 신을 믿지 않는 이교도들이 찬란한 문화와 문명의 신세계를 건설했다는 이야기는 전 유럽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동방견문록>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왜 <동방견문록>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아동용 그림책이나 연구서로 많이 다루어졌던 <동방견문록>을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룬 한 여행가의 친근한 회고록으로서 살펴보고자 했다.
저자는 <동방견문록>의 초판본이 사라진 현재, 수많은 이형본 가운데 원본에 가까운 판본을 종합 선택하여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였다.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펴보며, <동방견문록>을 치밀한 필치와 관찰력으로 13세기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계의 서술로서 다시금 읽힐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14~15세기에 출간된 <동방견문록>에 삽입된 삽화를 풍부하게 실어 마르코 폴로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르코 폴로가 여행했던 지역 가운데 현재 그 지명이 명확히 밝혀진 지역의 현재 사진들도 함께 실어, 그의 묘사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 소개
지은이 | 로빈 브라운 Robin Brown
로빈 브라운은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작품으로는 콘라드 로렌즈, 에녹 파월, 피터 스콧 경, 윌프레드 데자이거 경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저서로는 소설들과 두 권의 자서전, 그리고 2004년에 서튼(Sutton) 출판사에서 출간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개화에 대한 연구서 『솔로몬과 시바의 잃어버린 성』이 있다.
옮긴이 | 최소영
성균관 대학교에서 영문학, 불문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코리아헤럴드 번역센터, 잉글리시고 등에서 번역가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ACTION』 『Choice』 『거만한 놈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런 태도는 안 돼!』 등이 있다.
목차
추천사
저자 서문
서편
제1편
세상 밖으로
제2편
들어가기 전에
왕 중의 왕
제3편
들어가기 전에
귀국 여행
후기
책 속으로
마침내 내가 한 ‘번역’에 대해 말할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나는 여러분에게 어려운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옛날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옮겼다는 의미에서 기술적으로 말해 번역이지만, 이는 내 본래 의도는 아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다른 책에 대한 참고 자료로서 마르코 폴로를 연구하게 되었지만 그 작업은 매우 힘겨웠다. 여러 언어는 차치하고라도(그런 언어들의 난해한 판본들을 포함하여), 영역본마저도 모두 너무나 ‘경건’했다. 마르코 폴로와 그의 책은 어느새 학술적 아이콘이자, 역사학의 재료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읽으면서, 이 생기 넘치고 활발한 청년이 수도승에 의해 편집되고 미화되었으며, 정부에 의해 검열되고, 마르코 폴로를 연구한 학자들에게 숭배된 부분들로부터 탈출하려고 분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본질은 어디로 숨었는가? 어린 망나니, 혈기왕성한 젊은이, 궁전의 어릿광대, 쿠빌라이의 이야기꾼이자 유능한 상인이었던 마르코 폴로는 어디로 갔는가? 그것은 마치 본래는 매우 화려한 색상이었지만 700년이 지나 빛이 바래진 그림을 보는 것과 같았다. 잘 닦아내야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 같은 느낌 말이다. 고맙게도 『동방견문록』 또한 그런 경우임이 입증되었다.
‘신의 은총’과 ‘왕들의 그늘’을 모두 걷어내자, 이야기가 본래의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나보다 앞서 번역을 했던 대부분의 번역가들처럼 나도 마르코 폴로의 분류법을 포기했다. 거기에는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고, 때로 그저 한두 단락 길이로 끊어져 있어 이야기의 진행만 더디게 할 뿐이다.
이 책은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지배자인 대칸 쿠빌라이의 조신이자, 그와 절친한 친구가 됨으로써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룬 한 10대 소년의, 엄청나게 부유하고 비범한 한 여행가의 친근한 회고록이다.
출판사 서평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행의 기록 『동방견문록』의 진짜 모습을 찾아서
14세기의 시작 즈음, 전 유럽을 경악과 혼란 속으로 빠뜨린 한 권의 저작이 있다. 그 책은 인쇄술이 미비했던 당시에 유럽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문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성서』 다음으로 많은 판매 부수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르코 폴로’의 『세계의 서술Divisament dou Monde』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지리학자이자 이 책의 초판본 편집자인 조반니 바티스타 라무시오는 ‘몇 개월도 지나기 전에 이 책은 이탈리아 전역에 퍼졌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마르코의 저작은 출간 후 곧바로 세기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문학과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되었던 까닭에 누구에게나 ‘마르코 폴로’와 ‘동방견문록’이라는 단어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마르코의 저작은 일본 중역본에 따라 『동방견문록』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마르코가 서술한 내용들이 동방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으나 이 책을 지칭할 때는 원제인 『세계의 서술』이나 『밀리오네Il milione』라는 제목 대신 통용되고 있는 『동방견문록』으로 지칭하겠다.) 그러나 이 책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왜 이 책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이라는 수식을 받으며 추앙받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동방견문록』은 청소년을 위한 추천 도서로 자주 거론될 만큼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지만, 이 책을 펼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먼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 판매되고 있는 『동방견문록』은 대부분 아동용 그림책이며, 그 밖에는 주요 내용만을 뽑아 선별한 축약본 혹은 방대한 분량의 완역본으로서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성인 독자들은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게다가 책이 출간된 지 7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138개가 넘는 이형 판본이 존재할 만큼 내용이 많이 변형되었는데, 당시 전 유럽을 경악에 빠뜨릴 만큼 원래의 흥미 넘치는 여행기의 모습은 흐릿하게 퇴색된 채 이제는 학술적 아이콘이자 역사학의 재료로만 읽히고 있다.
이렇게 연구서로서의 역할에만 치중해 왔던 『동방견문록』을 이제 다시금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룬 한 여행가의 친근한 회고록으로서 대중들의 곁에 다가서고자 이 책이 출간되었다. 『동방견문록』을 새롭게 구성한 로빈 브라운은 이 책의 초판본이 사라진 현재, 수많은 이형본 가운데 원본에 가까운 판본을 종합 선택하여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다. 먼저 한두 단락 길이로 끊어져 있어 이야기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232개의 장으로 구성된 원본의 분류법에서 벗어나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좇았다. 이에 전문적 역사가들에 의해 편찬된 연대기적 사료와 달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치밀한 필치와 관찰력으로 13세기의 전 세계를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게 그린 마르코 폴로가 원했던 세계의 서술로서 다시금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14, 15세기에 출간된 『동방견문록』에 삽입된 삽화를 실어 마르코 폴로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이 밖에도 마르코 폴로가 여행했던 지역 가운데 현재 그 지명이 명확히 밝혀진 지역의 현재 사진들을 실어 그의 묘사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비교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렇게 200여 컷에 달하는 그림과 사진 때문에 원고의 방대한 분량에 겁을 먹었던 독자들도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동방견문록』을 둘러싼 끝없는 진실 게임
베네치아 상인 집안 출신의 마르코 폴로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험준한 산맥을 넘고, 가장 사나운 바다와 가장 황량한 사막을 건너 17년 동안 세계를 여행했다. 신이 정해준 땅의 경계를 넘었으며, 인간의 의지로 넘어설 수 없는 고난을 이겨냈다. 거기서 그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명의 빛을 보았고, 지식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자연 및 문화와 조우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아시아에 관한 모든 논의에 종지부를 찍을 책’ ‘직접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방대한 우주 구조론을 담은 책’ 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이 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가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한 권의 여행서를 펴냈을 때, 중세의 서양은 온통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우선 이 여행기가 담고 있는 놀라운 내용들이, 당시의 유럽인들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전설의 아서 왕보다 더 위대하고, 유럽의 어떤 황제보다 더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졌을 것이 분명한 쿠빌라이 칸과 그의 광대한 제국에 대한 이야기, 그 제국에 속한 수많은 나라들의 다양하고 신기한 역사, 지리, 자연, 기타 문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 앞에서, 유럽인들은 충격이 아니라 경악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컨대 마르코 폴로가 묘사한 동방의 도시들은 서양보다 더 크고, 빛나는 비단과 금실로 짠 천, 금, 은, 진주, 향신료 등으로 교역을 하며, 위대한 왕 쿠빌라이 칸이 거느리는 거대한 제국은 금은이 아닌 종이 화폐로 움직인다는 것 등은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게다가 신이 허락한 땅의 경계 저 너머에, 신을 믿지 않는 이교도들이 놀라울 정도로 찬란한 문화와 문명의 신세계를 건설했다는 이야기는, 전 유럽을 공포와 두려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마르코 폴로는 사후에도 백만 가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말하는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으며, 베네치아의 카니발에서는 마르코의 모습을 추레한 옷을 입고 희한하고 과장된 몸짓과 표현을 하는 우스꽝스런 인물로 희화화하기도 했다. 심지어 ‘마르코 폴로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과장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지적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동방견문록』의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삽시간에 유럽 전체로 퍼져나갔고, 인쇄술이 거의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진실로서 신뢰를 얻지 못했고, 책의 저작에 루스티첼로라는 3류 소설가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르코 폴로는 허풍쟁이로, 『동방견문록』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이야기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안내에 따라 콜럼버스는 인도와 일본을 찾아 나서는 항해를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아랍 상인들이 독점하고 있던 향신료의 원산지를 찾아 나섬으로써 새로운 세계사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탐험가들에게 경전처럼 받아들여지는 그의 책이 왜 현재까지도 진실의 논란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일까?
마르코 폴로를 의심한 사람들은 동시대인만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마르코 폴로의 묘사 가운데 만리장성과 중국 여성들의 전족(纏足) 습관 등이 빠졌다는 이유로 그가 직접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서적을 참고하여 집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는 승세를 잡았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약 1500년경의 명나라 이전까지는 현재의 모습을 채 갖추지 못했다는 설이 학문적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만리장성을 언급했다면 그 이야기가 거짓임을 입증하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가십처럼 삽입했던 ‘산상의 노인’과 같은 이야기들도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일 수 있다는 추정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놀라운 사실들을, 허황된 묘사가 가득한 공상소설로서의 모습이 아닌 진실을 담은 진기하고 경이로운 역사의 기록으로서 이 책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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